“SK이노베이션, LG화학 소송 전사적 증거인멸 정황 드러나”
“SK이노베이션, LG화학 소송 전사적 증거인멸 정황 드러나”
  • 신목 기자
  • 승인 2019.11.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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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판결’ 요청
- "각자 PC, 보관메일함, 팀룸에 경쟁사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 바랍니다." 이메일 보내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모닝경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대표이사 사장 김준)을 상대로 지난 4월29일 미국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직후는 물론 그 이전부터 SK이노베이션은 전사차원(Company-wide)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인멸 행위를 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LG화학은 ITC에서 진행중인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증거개시 (Discovery)’ 과정에서 드러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화학이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이 13일(현지시각) IT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 (Duty to preserve evidence)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Spoliation of Evidence)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Civil Contempt)’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Default Judgment) ▲SK이노베이션이 LG 화학의 영업비밀(Trade Secrets)을 탈취 (Misappropriation)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Use)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 3만4천개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인멸 정황 발견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서 두 차례(‘17년 10/23, ‘19년 4/8)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LG화학이 올해 4월 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Instructions)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SK이노베이션 자료삭제 지시 이메일.
SK이노베이션 자료삭제 지시 이메일.

75개 엑셀시트 중에서 ▲SK이노베이션이 8월 21일 제출한 문서 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 엑셀시트 한 개에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10월 21일에서야 모든 존재가 밝혀진 74개 엑셀시트에는 무려 3만 3천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되어 있었다.

ITC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모독 해당 행위 발각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가 ▲삭제되어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 내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단 한번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이에 ITC는 10월 3일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면서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980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ITC 및 LG화학 모르게 9월 말부터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하여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 10월 28일 SK이노베이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증인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요청서 내용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포렌식 진행 시 LG화학측 전문가도 한 명 참석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조사과정에서 LG화학측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등 포렌식 명령 위반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 탈취한 영업비밀을 메일 및 사내 컨퍼런스 등 다양한 경로로 전파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으로부터 탈취한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온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LG화학 연구소 경력사원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요약한 정보에 따른 것”이라며 사내에 공유한 이메일에는 LG화학의 전극 개발 및 생산 관련 상세 영업비밀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다.

채용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은 전직자들을 통해 전지의 핵심 공정 및 스펙에 관한 상세 내용 등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지속적으로 탈취해 조직 내 전파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Coater)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한 자료와 ▲ 57개의 LG화학 소유의(Proprietary) 레시피 및 명세서(Recipes and Specifications) 등을 사내 공유 했다는 내용이 발견됐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전직자들을 고용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법적 리스크에 따라 마케팅, 생산 분야 인력은 ‘Low Risk’, 배터리 셀 연구개발 인력은 ‘Intermediate Risk’ 또는 ‘High Risk’로 분류해 관리한 내용도 발견됐다.

LG화학 측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 SK이노베이션,  3분기 매출 12조3,725억원, 영업이익 3,301억원 기록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액 12조 3,725억원, 영업이익 3,301억원을 기록했다. 

석유사업은 지난 3분기 글로벌 정유사 정기보수 및 IMO2020 시행 대비 선제 영향으로 전반적인 석유제품 마진이 2분기 대비 개선됐으나, 미∙중 무역분쟁 및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화학∙윤활유사업은 계속된 글로벌 신∙증설 및 경기 둔화 여파로 3분기에도 보합세 시황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은 경유 등 전반적인 석유 제품 마진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증가로 전 분기 대비 2,134억원 감소한 6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에도 불구하고, 벤젠과 프로필렌 등의 마진 확대로 전 분기 대비 91억원 증가한 1,93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윤활유사업은 유럽 등 고부가 시장 판매 비중 확대에 따른 마진 개선으로 전 분기 대비 154억원 증가한 936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은 2분기 페루 광구 정기보수 이후 3분기 가동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운영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25억원 감소한 4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페루 88 및 56 광구 매각을 결정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사업은 재고 관련 손실 감소 및 매출 증가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244억원 개선된 4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나타냈다.

소재사업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thium-ion Battery Separator, 이하 LiBS)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운영비용 증가로 전 분기 대비 19억원 감소한 2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증평 LiBS공장 12∙13호기 양산이 시작되면 소재사업 실적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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