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인수戰] '2위 탈환' SK텔레콤 vs '1위 굳히기' KT
[현대HCN 인수戰] '2위 탈환' SK텔레콤 vs '1위 굳히기' KT
  • 신동훈 기자
  • 승인 2020.04.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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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경제] 현대백화점 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케이블TV 현대HCN의 인수를 둘러싼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선두권 업체 중 누구든지, 인수에 성공하면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선방송 시장에서 Top3를 이루고 있는 이통 3사들은 저마다 셈법이 복잡해 '공식적으로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에선 2위 자리를 LG유플러스에 빼앗긴 SK텔레콤이 가장 유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최근 변화하고 있는 유선방송의 사업환경을 고려해, 단순한 '점유율 싸움' 차원의 인수전은 벗어나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SK텔레콤 가장 유력...KT도 배제 못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SK텔레콤이다.

SK브로드밴드를 보유한 SK텔레콤은 케이블TV 1위 업체였던 CJ헬로가 LG유플러스 품에 안기며 업계 2위 자리에서 밀려난데다, 티브로드를 인수했지만 여전히 3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추가 인수를 통해 2위를 탈환하고 1위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명분은 충분한 셈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추가 인수 관련 질문에 "일단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부터 끝나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 둔 바 있다. 박 사장의 답변대로, 이달 30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해 새 법인을 출범시키고 나면, 내부역량을 추가 인수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이미 현대HCN 인수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가 현대HCN을 인수합병하면 점유율 28.1%로 2위 자리를 되찾게 된다. 

현대HCN 사옥.
현대HCN 사옥.

한편, KT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KT는 그동안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한 업체의 점유율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와 딜라이브 채권단과의 가격 협상이 결렬되며 케이블TV 1위 딜라이브의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규제가 2018년 6월 일몰되며 규제 이슈에서 벗어났고, 가격만 맞는다면 새로운 매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취임한 구현모 KT사장의 리더십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구 사장은 "경쟁사가 추가 M&A를 하지 않는 이상, 안정을 추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상, 안정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동시에 경쟁사의 추가인수 여부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2, 3위 업체가 잇따라 케이블TV를 인수하며 격차를 좁혀오는 상황에서, KT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점유율 방어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시장점유율 31.31%인 KT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은 35.38%, 가입자는 1,170만 명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다지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인수합병한 LG헬로비전을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대적으로 추가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2위 굳히기에 나선다면 추가인수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점유율 28.79%로 2위를 굳히게 된다.

유선방송 시장 변화..."점유율보다 시장재편 대응해야"
 
이런 상황에서 현대HCN 인수건은 기존 CJ헬로나 티브로드 인수건과는 다른 차원에서 검토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점유율 싸움을 위해 케이블TV 인수에 매달리기 보다는,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 유료방송 시장은 케이블TV에서 IPTV로, 다시 IPTV에서 장기적으로는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며 시장이 재편되는 추세다.

2018년말 기준 국내 유료방송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 현황 (자료=방송통신위원회 '2019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국내 유료방송가입자 수는 3272만 명(단자 수 기준)이다. 이 가운데 IPTV 가입자는 47.8%로 케이블TV 가입자 42.2%보다 5.1%포인트 비중이 높다. IPTV 가입자 수는 2017년 처음으로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어선 바 있다.

또한, 역시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중 52%가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시청빈도는 주 1회 기준 95.5%로, OTT 서비스가 국내 이용자들의 주력 시청 매체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도,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 업체들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통사들이 기존의 무선서비스에 케이블TV의 유선방송 서비스를 합쳐 미디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미디어 시장은 이미 한 발짝 더 앞서 나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유율 싸움에서 이기면 미디어 시장에서 유리한 협상력을 확보하는 등 장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넷플릭스 등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는 사례들을 참고해 콘텐츠, 채널 및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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