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들, '의료자문서' 써주고 부수입 160억 원 챙겼다
대학병원 의사들, '의료자문서' 써주고 부수입 160억 원 챙겼다
  • 나미경 기자
  • 승인 2020.09.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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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서 건당 20만 원씩 연 8만 건 160억 원 수수료로 받아 챙겨
2019년 하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 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하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 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경제= 나미경 기자] 억대가 넘는 고액연봉을 받는 대학병원 의사들이 민간보험사들에게 의료자문서를 써주는 대신, 그 수수료 명목으로 수백 억 원에 달하는 부수입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요구로 보험회사들이 보험협회를 통해 지난 7월 처음으로 공개한 보험회사별 의료자문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 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원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자문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은 한양대학교병원으로 모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자문의 노릇을 했고, 연간 7,500여 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하며 15억 원의 자문료를 받아 챙겼다. 2위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3위는 건국대학교 병원이었다. 

(자료출처= 금융소비자연맹)
(자료출처= 금융소비자연맹)

[사례1] = 김모 씨(77년생, 남자, 43세)는 2007년과 2009년에 롯데손보에 보험에 가입했다. 2018년 09월 21일 경북 경주시에서 운전 중 교통사고로 뇌출혈 등의 중상을 당해 4개월 동안 영남대학병원 등에서 총 164일간 입원, 수술, 재활치료 등을 받았다. 후유장해(2019.8.20)로 장해율 56%로 장해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롯데손보 자사 자문의가 장해율 16%라며 장해보험금을 깎아서 지급했다. 이후 3차 병원인 영남대병원에서 장해율 40%로 후유장해보험금을 다시 청구했으나, 아무런 근거 없이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를 부인하며, 환자를 일면식 보지도 않은 상계백병원의 유령 의사가 내놓은 회신문을 근거로 장해율 16%라며 보험금 지급을 재차 거부하고 있다.

[사례 2] = 경상북도 포항에 거주하는 김 씨는 2014.6.25 갑자기 쓰러져서 포항 ○○병원에 입원한 후 급성뇌경색(I639)으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 진단보험금을 신청하여 삼성화재는 바로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삼성생명은 환자를 진료하지도 않은 자사 자문의에게 의견서를 받아 급성뇌경색이 아니고 열공성 뇌경색(I69)이라며 일방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처럼 ‘보험사의 의도대로’ 작성된 소견서는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 등을 부인하는 자료로 쓰인 셈이다. 

보험회사들은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할 명분으로 환자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인 진료기록을 보험사 자문의에게 불법 제공하고, 의뢰를 받은 자문 의사들은 의료법을 위반하여 환자를 보지도 않고 진료기록만으로 소견서를 발행했다.

현행법상 보험사들의 ‘자문의 제도’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불법행위이다.

더구나, 보험사의 의료자문료는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대부분 보험회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의사에게 직접 지급되어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고 내역도 모르는 부수입이라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문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관련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자문료를 주며 보험사 의도대로 소견서를 발행해 보험금을 깎는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서 보험회사의 보험금 부지급 횡포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제17조(진단서등)에 의하면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지 못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에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동법 제23조(민감정보의 처리 제한)에도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은 민감정보로서 “정보주체에게 제15조 제2항의 개인정보처리자는 동의를 받을 때는 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7조 제2항에도 개인정보처리자는 동의를 받을 때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 내용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제3자인 자문의에게 소견서를 받으려면 환자에게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당신의 진료기록부를 제공하려는데 동의하느냐’며 구체적으로 제3자를 특정해서 동의서를 별도로 다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 시 일괄적으로 두루뭉술한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은 것을 근거로 민감정보인 환자의 진료정보를 몰래 자문의에게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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