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뉴스] 기아차 통상임금 논란..."정기상여금도 포함" vs "신의칙에 위배"
[VS뉴스] 기아차 통상임금 논란..."정기상여금도 포함" vs "신의칙에 위배"
  • 차준수 기자
  • 승인 2019.02.2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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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심에 이어 2심도 노동자 손 들어줘...경총 등 재계 "신의칙에 위반" 반발
기아자동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1명이 지난 2008년8월부터 2011년10월분까지 지급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2011년에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1심에 이어 또다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모닝경제]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윤승은))도 지난 22일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이었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1명은 지난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과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노조 측이 회사에 청구한 임금 차액 등은 총 6588억 원이다. 지연이자 4338억 원을 더하면 총액은 1조 926억 원에 달한다.

1심 재판부는 기아차가 노조에게 총 4223억 원(원금 3126억 원, 지연이자 1097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지만, 이날 2심 재판부는 "중식비와 일부 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며 원금 3125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 등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2심 재판부는 기아차가 주장한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4223억원을 인정했던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중식비와 일부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사측이 지급해야 할 금액을 줄였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결국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서 갈렸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으로 법률관계 당사자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법률상 대원칙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신의칙 때문에 회사의 지급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신의칙 적용기준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때 등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통상임금 판결 때마다 신의칙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통상임금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는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한 바 있다.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기아차는 지난 수십 년간 임금협상 등을 통해 이어져 온 노사 간의 신의도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가져온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통상임금 판결의 분수령은 기아차의 재정상태였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현 경영상황이 미지급 임금을 부담한다고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가져오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노조 측은 “2011년 소송 제기 전후에는 매년 수조 원대 이익이 났기 때문에 추가 임금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 직후 강상호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세부 항목에서 일부 패소한 게 있지만 거의 1심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기아차는 2심 판결을 준용해서 체불임금 지급을 더이상 지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위기 속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판매 감소, 미국의 통상 압력, 미래차 투자규모 증가 등으로 통상임금까지 부담하면 경영위기에 처한다고 호소했다. 

또 최근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줄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2011년 8.1%이던 영업이익률은 2015년 4.8%로 주저앉은 뒤 2017년 통상임금 충당금 반영으로 1.2%까지 곤두박질쳤다. 

기아차는 1심 판결 직후 2017년 3분기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급심에서 패소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소급 지급할 급여 등 9777억원을 충당금으로 처리하면서다. 

판결 직후 기아차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선고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는 유감을 표시하며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항소심에서도 노동조합이 승소한 결과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며  "기아차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칙 취지를 재검토해 상급법원 역할에 맞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총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이날 판결은 노사가 1980년대의 정부 행정지침(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사실상 강제적인 법적 기준으로 인식해 임금협상을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약속을 깨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성실원칙(신의칙)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재량적·편파적 판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국내 자동차산업이 고임금 문제로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총은 "사법부가 근로자들의 수당을 추가로 올려주게 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 전반에 어려움과 위기를 가중할 것은 단순하고도 명쾌한 인과관계"라면서 "다른 국내 자동차 생산회사들도 통상임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자동차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간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법 해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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